ᅵ태배
새로운 바람의 물결이 찰슨 맨슨의 지독한 악행으로 파국을 맞이한 시대는 또 다른 바람을 불러버린다. 혼란을 자행하는 히피들을 향한 모멸적인 시선과 더불어, 한 나라를 위하여 애국을 강조하는 여러 행동들 가운데, 정말로 편집증적인 음모론 광신도가 아닌 이상 발상해내기 힘든 암중모색이 휘항찬란하게 펼쳐진다.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한 결론은 결코 낯설지가 않다. 미국의 4대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포스트모더니즘 작가 토머스 핀천과 미국의 유명한 반골 기질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의 조화가 수많은 가지들로 얽히면서 그 끝에 아름다운 꽃을 피어낸다. 다만 그 가지가 너무나 어렵고 미로처럼 둘러 싸여 있다. 그럼에도 가까스로 다다른 그 꽃의 향기는 비단 미국의 70년대의 모습이 우리나라를 연상시킨다. 우리나라 현 시대의 진영 논리에 갖혀서 자신의 사상에 편집증적으로 몰두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이 영화의 기괴스러운 주요 인물들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. 미래밖에 놓이지 않은 삶에서 당장 내 주변에 생각이 다른 자와 함께 일구 수밖에 없는 현실만이 놓여 있지는 않을까. 거대서사적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을지언정, 누구 하나 도움을 받는 이가 있다면, 그만으로 족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게 된다.